용돈을 주고 이를 쓰는 방법을 통해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심어주고자 하는 게 부모들의
한결 같은 마음이다 보니 부모들은 평상시에도 이 문제를 놓고 주변 사람들과 자주 이야기도 나누게 된다.
최근 뉴질랜드 국내 언론들에 참고할 만한 통계 자료가 하나 공개돼 이를 중심으로 아이들 용돈과 관련된 몇 가지 사례들을 소개해본다.
<어린 나이에 이웃돕기 실천하는 소년>
지난 2월 말보로(Marlborough) 지역의 언론에 한 기특한 소년이 용돈을 가지고 선행을 하고 있다는 기사
가 소개됐다. 주인공은 블레넘(Blenheim)에 사는 올해 12살의 핀 매켄지(Finn Mackenzie)인데, 매켄지는 자신이 벌거나 부모로부터 받는 용돈을 3가지 용도로 나눠 사용하는데, 그 중 하나는 반드시 사회단체에 기부해오고 있다.
매켄지의 이 같은 선행은 2년 전부터 시작됐는데, 당시 그는 1년간 모은 용돈 중 일부인 147 달러를 환경
운동단체인‘그린피스(Greenpeace)’와 구호단체인‘말보로 커뮤니티 푸드뱅크(Marlborough Community
Foodbank)’에 기부했다.
매켄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“몇몇 사람들은 먹을 것 같은 생필품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
나는 그런 사람들을 돕고 싶다”고 말하면서, “사람들이 기부를 함으로써 사회에 작은 변화를 만들 수 있
으며, 또한 자신은 사람들의 생각에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”고 덧붙여 성인 못지 않은 의젓한 모습
을 보여주었다.
보할리(Bohally) 인터미디어트 스쿨에 재학 중인 매켄지는 나중에 커서 동물과 관련된 직업을 갖고 싶어
하는데, 부모인 줄리(Julie)와 던칸(Duncan) 매켄지 부부도 매주 9 달러의 용돈을 주면서 아들의 선행을
격려하고 있다.
▲ 어린 나이에 이웃돕기 실천하는 핀 매켄지
매켄지의 부모는 여느 가정들처럼 아들이 집안의 소소한 일거리를 했다고 해서 용돈을 주지는 않는데, 엄마인 줄리는 집안일을 돕는 것은 가족 모두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, 정원작업이나 세차 등을 하면 여분의 용돈을 더 주기도 하지만 설거지 기계에 그릇을 가져다 넣는다고 용돈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잘라
말했다. 그녀와 남편은, 많은 아이들이 자신을 둘러싼 바깥 세상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며, 매켄지가 하듯이 사회에 기부하는 행위는 더 넓은 세상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자신의 사고 범위를 넓히는 데 도
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.
그녀는 매켄지가 때로는 Xbox와 같이 자신을 위한 게임기를 사기도 하며 3등분된 용돈의 일부를 기부도
하지만 나머지는 자신이 성장했을 때 대학에 입학하고 여행용 자금 마련 등을 위해‘보너스 본즈(Bonus
Bonds)’에 저축도 한다고 밝혔다.
<돈은 허공에서 저절로 떨어지지 않는다>
많은 한국 교민들도 그러하듯이 대부분 키위 가정에서도 자녀들에게 용돈을 주면서 집안의 허드렛일을
돕도록 시키고 있는데 그 대가로 지급하는 용돈 규모는 일반인들의 생각보다는 상당히 적은 것으로 나타
났다.
2년 전 한 금융기관이 7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, 5세에서 15세 사이의 아동 중
57%가 소소한 집안일을 해야만 용돈을 지급받았는데, 이에 반해 43%는 그런 것과 관계없이 정기적으로
용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.
당시 조사에 응했던 7명의 자녀를 둔 한 엄마는,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면서‘돈이 허공에서 저절로 떨어지
는 것이 아니라는 점’을 서서히 가르쳐 나가야 한다며 부모들이 이 점은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
했다.
그녀는 아직 부모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15살과 8살의 두 자녀에게 설거지, 식탁 차리기, 개 산책 등 다
양한 종류의 집안일을 하게 하며 만약 건너 뛰게 되면 해당 주의 용돈은 주지 않는다고 전하고, 다만 용
돈의 규모는 나이에 따라 다르다고 덧붙였다.
작은 아이는 주당 5 달러를 넘지 않으며 큰 아이는 10 달러를 주지만 종종 휴대폰에 요금을 충전해주거
나 물건을 사주기도 하는 등 추가 용돈을 주기도 하는데 항상 용돈의 범위 안에서만 준다고 설명했다.
이 집의 자녀들은 다른 집과 비교해 적은 용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는데, 당시 설문조사에 따르면 5~15
세 아동들 중 1/3은 주당 2~5 달러 용돈을 받는 반면 40% 가량이 6~10 달러, 그리고 36%가 11~20 달
러의 주당 용돈을 받는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.
<용돈 주며 세금까지 공제하는 엄마>
그러나 이처럼 자녀들에게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한 올바른 관념을 심어주려는 부모들의 노력은 별다른 효
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, 실제로 당시 설문에 답한 부모들의 3/4 이상이 자녀들이 돈에 대해
생각이 아예 없거나 조금 나아진 정도일 뿐이라면서 실망스러워했다.
당시 이를 보도한 기사에서도 금융기관이나 경제 및 교육계 전문가들은, 재정관리 기술은 한 사람의 인
생에서 대단히 중요한 일 중 하나이며, 이를 대비해 어릴 때부터 부모나 학교 교육을 통한 경제 교육이
필요하다고 지적했다.
연금 관리기관의 한 관계자는, 돈 관리를 제대로 하는 이른바 ‘재무 이해(financial literacy)’교과 과정을
학교 커리큘럼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, 각 개인의 재정관리는 필수적인 생존 기술이라면서 어릴 때부
터 이를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.
두 아이를 둔 엄마이기도 하다는 이 관계자는, 특히 자녀들에게 어릴 때부터 세금에 대한 개념을 심어주
고자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면서 항상 20%를 공제하는 훈련까지 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.
<적절한 용돈의 규모는 얼마?>
지난 2월 말과 3월 초에 걸쳐 국내의 각 언론들에는 초, 중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2월 초부터 시작돼
오는 7월 7일까지 5개월간 실시 중인‘CensusAtSchool’의 설문조사 항목 중에서 뉴질랜드 아동들의 용
돈과 관련된 자료의 일부가 보도됐다.
CensusAtSchool 조사는 학생들의 능력 개발을 위한 통계자료를 모으기 위해 2년마다 Y5~Y13 학생들
을 대상으로 35개 항목에 대해 온라인으로 답하는 방식으로 실시되는데, 뉴질랜드뿐만 아니라 호주와 캐
나다,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일본, 미국과 영국 학생들도 참여한다.
이에 따르면 국내의 9~18세 아동 중 59%가 집안일을 돕는다든지 파트타임 일을 하는 등 어떤 형태로든
지 용돈을 받거나 벌고 있으며 이들이 받는 용돈은 주당 15 달러 내외인 것으로 나타났다.
아이들 중 1/4 가량이 주당 1~6 달러를 받는 반면 또 다른 1/4 가량은 주당 30 달러 이상을 받는데, 초등
학생들이 받는 용돈의 평균은 주당 10 달러이며 고등학교를 포함한 중등학 교 학생들의 평균은 주당 20
달러였다.
한편 고등학생들은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는 경우도 많은 데 남학생의 경우 25%가 일을 하는 반면 여학
생은 이 비율 이 18%로 나타났으며, 이들이 일을 통해 얻는 용돈도 남학 생이 주당 30 달러인데 비해 여
학생은 그보다 적은 20 달러 인 것으로 나타났다.
이처럼 파트타임 일을 통해 얻는 용돈에서 생기는 남녀 학 생들 간의 격차는, 인생을 본격적으로 시작하
기 전의 이른 시기부터 발생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사회학자들을 비롯한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정책을 담
당하는 이들의 관심을 끌면 서, 국내에서는 진작부터 노동시장에서의 불평등 문제로 대 두되어온 이슈이
기도 했다.
실제로 2년 전 당시 4~14세에 이르는 자녀들을 둔 520명 의 뉴질랜드 부모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조
사에서도, 남 학생들이 연간 460 달러의 용돈을 받거나 버는 한편 여학생 들은 이보다 적은 396 달러로
나타나기도 했다.
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초등학생들의 18%가 벌써 파트타임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적으로는
대부분은 자기 집이나 이웃집의 잡일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, 이에 반해 고등학생의 28%는 파트타임으
로 주당 80 달러 용돈을 벌 며 1/4 가량은 수입이 160 달러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 되기도 했다.
<정답도 규정집도 없는 아이들 용돈>
이번 조사를 진행 중인 CensusAtSchool의 한 관계자는,“ 자녀에게 용돈을 반드시 주어야 하는가?”“만
약 준다면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?”그리고“용돈을 주면서 저축하 면 인센티브를 주어야 하는가?”등등
자녀들의 용돈과 관 련되는 여러 가지 질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부모들 간에 이야기되어 왔던 주제였
다고 지적했다.
자녀 4명의 엄마이기도 한 이 관계자는, 여기에는 어떤‘ 규정집(no rulebook)’도 없으며‘정답(correct
answer)’도 없다면서, 그러나 자신의 맏딸이 8살이 됐을 당시 다른 아 이들과 비교하며 용돈을 요구하기
시작했던 것처럼 어느 시 점부터는 문제가 대두돼 부모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든지 결정을 내려야 하는
일이라고 말했다.
자녀들의 용돈은 너무 많아도 문제이고 너무 작아도 문제 라는 사실처럼 대강의 원칙에 대해서는 모든
부모들이 공 감하지만 경제 수준과 인생관, 자녀 교육관 등등에서 각자 의 마주한 환경이 모두 다른 만큼
이 문제는 부모라는 이 들에게 주어진 영원한 숙제이자 현명함이 요구되는 고민 거리이다.
<<발췌: NZ KOREA POST>>